비가 그치더니 햇볕이 다시 따갑다. 더위가 그냥 물러가기가 아쉬운가보다.
허긴 어제가 말복이니 그럴만도 하다.
찜통더위에 고생하는 것이 사람만이 아니다.
농장가족의 일원인 멍들도 그렇고 작년가을에 시집온 토끼들도 그렇다.
한낮에 나가 토끼들을 보면 여간 가쁘게 숨쉬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넘어갈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집 밑으로 굴이 무척 커졌다. 자꾸 파들어가는 모양이다.
허긴 땅속이 훨 낫겠지..
이 녀석들은 땅 파는것을 무척 좋아한다. 두더지 못지 않다.
녀석들이 농장에 와서, 철망으로 울타리를 쳐 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게 울타리냐고 비웃기라도 하듯 며칠 지나지 않아 빠져 나왔다.
구멍이 없게 단단히 얽어 놓고 힘들여 잡아 넣어도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번은 밑으로 땅을 파고 나오길래 울타리근처에는 철망으로 바닥을 치고
이젠 됐다 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 보름전인가.
몇 마리가 흔적도 없이 또 나온 것이다.
온 식구가 동원되어 다시 잡아 넣고..
그런데 한 마리, 집에 들어가지 않은 운 좋은 녀석이 있었다.
요즘 그 녀석은 농장주위를 맴돌며 한껏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멀리도 가지 않는다. 그냥 주위에서.. 몇 그루 있는 꼬마의 간식꺼리인 방울 토마토
고추, 콩 등 못먹는게 없다.
어제 그 녀석이 별명을 가졌다.
어제 농장에 배짱이님 가족이 오셨는데 토끼 얘기를 들은 아이가 대뜸하는 말이
빠삐용인가봐 그런다. 빠삐용토끼!
이젠 야생이상으로 날쎄진 빠삐용..
어제도 녀석의 위용을 눈앞에 두고 쳐다만 보았다..